고구마 잎으로 파악하기
농약사에 있다 보면 고구마 줄기랑 잎을 한 움큼 들고 와서 “이게 왜 이래요?” 하고 묻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고구마는 땅속에서 자라는 작물이다 보니, 겉으로 보이는 변화가 생기면 더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잎이 축 처지거나 색이 변하면 “뿌리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에요?” 하고 걱정부터 하세요. 그런데 실제로 보면, 고구마 문제의 시작은 대부분 잎과 줄기에서 먼저 신호가 와요.
겉으로 벌레가 안 보이는데도 잎이 말리거나 누렇게 변하면 병해충부터 떠올리기 쉬워요. 하지만 고구마는 해충보다 수분 관리, 토양 상태, 뿌리 환경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그래서 저는 고구마 상담할 때 잎을 보면서 바로 약 얘기부터 꺼내지 않아요.

고구마 상담은 질문부터 시작돼요
고구마 잎을 들고 오면 저는 항상 질문부터 해요.
“요즘 물은 얼마나 자주 줬어요?”
“밭 흙이 많이 질지는 않았어요?”
“장마 때 물 빠짐은 괜찮았어요?”
이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고구마 상태가 왜 이렇게 됐는지가 조금씩 보여요. 고구마는 겉으로 보기엔 잎이 크고 왕성해 보여도, 땅속에서는 과습이나 통기 불량 때문에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상담하다 보면 “잘 크라고 물을 자주 줬어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어요. 그런데 고구마는 물을 많이 주는 작물이 아니라, 물이 빠질 줄 아는 땅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에요.
초보가 가장 많이 착각하는 고구마 잎 증상
고구마 잎에서 가장 많이 보는 증상 중 하나가 잎이 갑자기 축 늘어지는 거예요. 햇볕이 강한 날 오후에 특히 심해 보여서 “말라서 그런가?” 하고 물을 더 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때 이미 땅속은 충분히 젖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과습 상태가 계속되면 뿌리가 숨을 못 쉬고, 그 결과 잎이 힘을 잃어요. 이럴 때 물을 더 주면 상황이 더 악화돼요. 그래서 저는 잎이 처졌을 때 바로 물부터 주기보다는, 아침과 저녁 잎 상태를 비교해보라고 말해요. 아침에는 멀쩡한데 오후에만 처진다면, 물 부족이 아니라 뿌리 기능 저하나 일시적인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커요.
또 하나 많이 보는 게 잎 가장자리가 누렇게 변하거나, 잎 색이 전체적으로 연해지는 경우예요. 이런 증상은 병이라기보다 양분 불균형이나 뿌리 흡수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고구마는 잎이 크기 때문에, 뿌리가 제 역할을 못 하면 바로 잎에서 티가 나요.
고구마 해충보다 더 흔한 문제들
물론 고구마에도 해충은 있어요. 그런데 실제 상담 현장에서 보면, 해충 피해보다는 관리 문제로 오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잎을 갉아먹은 흔적이 뚜렷하다면 해충을 의심해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잎 전체가 처지거나 색이 변하는 형태예요.
이럴 때 저는 잎을 보면서 이런 걸 같이 봐요.
- 잎이 전체적으로 힘이 없는지
- 줄기까지 축 늘어졌는지
- 밭 한쪽만 그런지, 전체가 그런지
밭 한쪽만 유독 상태가 안 좋다면, 그 자리가 물 고임이나 토양 문제일 가능성이 커요. 반대로 밭 전체가 비슷하면, 물 관리나 시기적인 영향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런 구분만 해도 방향이 많이 잡혀요.
고구마는 왜 배수가 중요한 작물일까
고구마는 뿌리가 땅속에서 덩이뿌리로 자라는 작물이에요. 그래서 땅속 환경이 정말 중요해요. 흙이 계속 젖어 있으면, 뿌리가 숨을 못 쉬고 썩기 쉬워요. 겉으로 잎이 멀쩡해 보여도, 땅속에서는 이미 문제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고구마는 물을 주는 작물이라기보다, 물을 빼주는 작물이라고 말해요. 배수가 잘 되면, 웬만한 스트레스는 고구마가 스스로 버텨줘요. 반대로 물이 고이면, 병이든 생육 문제든 한꺼번에 몰려와요.
- 비 온 뒤 밭에 물이 고이는지
- 흙을 손으로 쥐었을 때 쉽게 뭉치는지
- 밭 고랑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 세 가지만 점검해도 고구마 상태를 많이 바꿀 수 있어요.
그래도 약이 필요한 상황은 있어요
물론 고구마도 병이나 해충이 실제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방제가 필요해요. 잎에 뚜렷한 갉아먹은 흔적이 있거나, 특정 해충이 계속 보인다면 그때는 대응이 필요해요. 다만 이럴 때도 무조건 강하게 가기보다는, 지금 고구마 상태에 맞는 선택이 중요해요.
고구마는 스트레스에 예민한 편이라, 한 번에 세게 처리하면 생육이 더 늦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지금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설명해요. 병이나 해충보다, 뿌리 환경을 먼저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인 경우가 많아요.

마무리로 정리할게요
고구마는 겉으로 보이는 잎이 전부가 아니에요. 하지만 동시에, 잎을 보면 땅속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작물이에요. 잎이 갑자기 처지거나 색이 변했다면, 약부터 찾기보다 먼저 물 관리와 토양 상태를 떠올려보세요.
농약사에서 고구마 줄기랑 잎을 들고 오시는 분들께, 저는 항상 이렇게 말해요. “고구마는 땅속에서 말이 없어서, 잎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그 신호를 잘 읽어주면, 큰 문제 없이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요.